
지난 해 대법원이 한의사도 초음파기기를 활용하여 진단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하 ‘초음파 대법원 판결’)을 하여 큰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이용하여 성장판을 검사했던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초음파검사의 경우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며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이용하여 진료하는 것은 의료법상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바 있기에 이번 초음파 대법원 판결은 더욱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나 모두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 의료와 관련된 사건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의료인 간 면허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지극히 전문적인 지식과 판단이 수반되는 분야인데 그동안 면허 범위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결국 전문가가 아닌 법원이 최종 판단을 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다 이번 판결에까지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법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각기 규정하고는 있으나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만 규정할 뿐이어서 새로운 의료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각 면허 간 범위 획정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럴 때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확히 구분을 지어야 할 보건복지부는 면허 범위에 대해 질의를 하더라도 위 법문언을 반복하며 역시 모호한 답변을 하기 일쑤였고 결국 면허 범위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상대 직역에서 형사고발을 하면 그제서야 구체적인 케이스가 되어 경찰 – 검찰 – 법원의 순서로 면허 범위를 판단해 온 것이다.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가능여부, 의사의 IMS 시술 가능여부 등 여러 행위가 이러한 경로를 거쳐 결국 대법원이 면허 범위를 획정한바 있다.
그렇다고 대법원이 가진 판단기준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그 동안 대법원은 의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제작된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왔는데 이 요건으로도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대해 명확히 하기 어려운 것은 여전했다. 그나마 기존 판례는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라도 했는데 이번 초음파 대법원 판결은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하였다. 물론, 의료법에서 각 면허범위에서 어디까지 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한지를 정해 놓았다면 이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법원은 나름 법률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으니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피고인(이 사건에서는 한의사)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처벌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판단을 한 것이겠지만 대법원의 판단 하나하나가 의료인 간 면허 범위 획정에 큰 기준이 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초음파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의 주요 근거는 초음파 의료기기 자체는 인체 부위에 접촉하여 초음파를 투과하는 것에 불과하여 위험도는 낮다는 점, 한의과 대학도 진단학과 영상의학을 전공필수 과목으로 하여 실무교육을 하고 있으며 국가시험에도 관련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 초음파의 원리는 물리학적 원리인 것이어서 반드시 서양의학에 기초한 것도 아니며 한의학 진찰법 중 절진과 초음파의 진단이 유사하여 초음파 의료기기의 사용이 한의학과 무관함이 명백하지 않다는 점 등이었다. 그러나 초음파 의료기기 자체가 위험도가 낮을지라도 이를 통한 진단행위는 단지 기기를 인체에 갖다 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영상을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정확한 진단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고, 한의과 대학에서 초음파에 대해 배운다고는 하나 그것은 이번 사건의 피고인이 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시행된 것이다. 이번 초음파 대법원 판결에는 반대의견도 있었는데 오히려 이 반대의견은 ‘진단기기의 사용 자체가 인체에 침습적이지 않다는 점에만 착안하여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며’, ‘진단은 치료를 위한 준비단계라는 점에서 한의사가 학문적인 기초가 달라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양의학적 진단행위를 함으로써 오진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보건위생상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 반대의견은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 신체 장기의 형태, 조직의 구성, 환부의 특징, 다른 장기의 위치와 상태, 환자의 과거 병력 등과 같은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검사 및 판독을 하여야 하고 이상증상이 있을 때 즉시 추가 검사를 시행할 정도로 풍부한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여 초음파 의료기기의 사용이 단지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판독’ 및 추가적인 검사와 진단, 치료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미 초음파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이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 자체는 가능함을 열어둔 이상, 곧 선고될 파기환송심의 결과와 무관하게 한의사가 초음파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진단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초음파 대법원 판결 반대의견이 내놓은 제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반대의견은 그 동안 면허 범위에 대해 전문가들이 명확히 획정하지 못하고 결국 누군가 고발을 하여 형사건화 되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비치며, ‘제도적, 입법적 정비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기기 사용 여부가 문제될 때마다 매번 의료인이 형사처벌이나 면허정지를 각오하고 다투게 하거나 법원이 그 허용 여부를 일일이 결정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였다. 비전문가 집단인 법원이 사후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관할 행정기관이 쌍방 의료인이 포함된 심사기구를 통해 각 면허범위별로 사용이 가능한 진단기기의 종류와 품목 등을 결정, 고시하고 이에 불복이 있는 경우 다툴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필자의 생각도 반대의견의 제언과 유사하다. 더 이상 면허 범위가 문제될 때마다 최종 판단을 법원으로 가져가 수년 씩 걸리는 절차에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각 면허별 가능한 진료행위의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하고, 새로운 의료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그 허가여부 및 신의료기술 판단을 하는 것에 병행하여 어느 면허 소지자가 사용할 수 있는지를 선제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