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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관절 다이제스트 SHOULDER & ELBOW DIGEST 견·주관절 다이제스트 SHOULDER & ELBOW DIGEST

대한견주관절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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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오주환 / 편집인: 조남수, 김정연 / 발행처: 사단법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 홍보위원회 / 후원 : 사단법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 발행인: 오주환 / 편집인: 조남수, 김정연 / 발행처: 사단법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 홍보위원회 / 후원 : 사단법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

안나푸르나, 하늘과 맞닿은 길 위에서

대구가톨릭대병원 김준영

히말라야의 품으로 들어간다는 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깊은 대화이자, 자연이 건네는 위대한 침묵 속으로의 순례였다. 평소 트레킹을 하지 않는 나에겐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그런 길이었다. 첫 발걸음을 내딛던 날 아침, 하늘은 우리를 반기듯 화창했다.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한 걸음 한 걸음이 높이를 더해갈수록, 도시에서는 잊고 살았던 감각들이 다시 살아났다. 바람의 냄새, 흙의 온기, 계곡의 물소리까지도 마음을 정화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몇 번이고 숨을 고르며 발걸음을 옮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상을 향해 다가갈수록 그 무게는 점점 더 커졌다. 쌓이는 피로감, 발가락을 짓누르는 물집과 순간의 통증, 시간이 지나며 몸은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고, 마음은 서서히 지쳐갔다. 그러나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내게 하나의 큰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며, 힘들고 아프지만 중도에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듯했다.

그 힘든 순간들을 넘어서니, 안나푸르나는 점점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해발 3,700m 부근의 MBC (Machapuchare Base Camp)를 떠나자마자, 웅장하게 솟은 마차푸차레 (6,993m)가 마치 우리의 앞길을 수호하고 있는 듯 우뚝 서 있었다. 그 신비롭고 매서운 봉우리는 끝없이 솟아오른 빙설을 두르고, 순백의 눈부신 빛을 머금어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ABC (Annapurna Base Camp)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개울과 바위 절벽이 따라 이어지고, 옆으로는 단출한 돌담과 야생화가 어우러져 투박하지만 따뜻한 네팔의 손길을 느끼게 했다. 지나가다 만나는 여러 트레커들이 서로 웃으며 건네는 “나마스테” 인사가 이곳의 여유를 전했다. ABC에 가까워질수록 빙하가 흘러내린 협곡의 자취가 또렷이 드러나, 대자연의 거대한 숨결이 가까이 있음을 실감했다. ABC에 도착하니, 그곳은 산과 하늘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사방을 빙설로 뒤덮은 7~8천 미터급의 봉우리들의 웅장함과, 그에 비교되는 인간의 작은 존재를 깨닫게 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일깨웠다.

ABC를 뒤로하고 고된 하행길을 위해 우리는 MBC에 하루 머물렀다. 해가 막 떠오르는 새벽, 안나푸르나의 봉우리들은 마치 거대한 횃불처럼 불타오르는 색으로 물들었다. 아직 차갑고 희미한 푸른빛이 남아 있는 하늘 아래, 처음 햇살이 닿는 순간, 설산의 눈부신 흰빛은 곧장 금빛으로 타올라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험준한 능선마다 붉은 불꽃이 스며드는 듯한 그 빛의 향연은, 마치 신들의 축복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새겼다.

여정을 함께한 사람들과의 따뜻한 차 한 잔과 나누던 이야기들, 길가에서 만난 사람들의 웃음과 현지인의 인사 한마디까지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고통은 지나가고 감동만이 남았다. 안나푸르나에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한 지금,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 길의 풍경과 소리가 생생하다. 그곳은 단지 산이 아니라, 나에게 ‘살아 있음’을 되새겨 준 곳이었다. 안나푸르나. 나는 그 산에서 길을 걸었고, 그 길은 내 안에 별처럼 영원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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