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가치기반 의료(value-based healthcare)와 견관절 분석심사를 주제로, 진료의 결과와 비용을 함께 평가하려는 흐름을 다루었다. 이번 호에서 다루고자 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같은 흐름의 또 다른 축이다.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명분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핵심 도구가 입원환자 중 '적합질환자'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상급종합병원이 본래의 역할인 중증·응급·희귀난치질환 진료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질환은 지역 의료기관으로 분산시키겠다는 방향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필요한 작업이다.
문제는 제도가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현재의 적합질환군 산정과 수술료 가산 기준은 암 수술 및 일부 중증 내과질환 중심의 지표에는 비교적 잘 맞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고령·다질환 환자가 많은 정형외과의 실제 진료 위험도와 의료자원 소모를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정형외과는 상급종합병원 내 환자와 수술 건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왔지만,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대부분의 수술이 적합질환군에서 배제되었다. 그 결과 고령, 기저질환, 합병증 위험으로 인해 사실상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조차 수술 순위에서 밀리거나 다른 병원으로 회송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 내 정형외과의 입지 문제를 넘어, 정작 보호받아야 할 고위험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형외과 수술의 중증도는 '어떤 수술을 했는가'보다 '어떤 환자에게 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회전근개 파열 환자라 하더라도 50대 건강한 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과, 80세 고령에 심혈관질환·만성 신부전·폐쇄성 폐질환·항혈전제 복용·조절되지 않는 당뇨가 동반된 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은 임상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수술명은 같지만 수술 전 평가, 마취 위험, 수술 중 관리, 수술 후 합병증 감시, 재원 기간, 협진 필요성, 중환자실 사용 가능성이 모두 달라진다. 따라서 적합질환군 기준은 수술명 중심에서 환자 위험도와 의료자원 소모를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관절경 수술은 작은 절개를 통해 시행되며 개방 수술보다 연부조직 손상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흔히 '최소침습 수술'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정책·행정적 평가에서도 비교적 경증의, 표준화된 수술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골절 수술이나 인공관절 수술에서는 환자의 내과적 특성을 반영한 '복잡수술' 기준이 제한적으로나마 적용되고 있지만, 관절경 수술에는 환자의 전신 상태나 연령을 반영하는 복잡수술 기준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견관절 관절경 수술의 임상 현장은 이러한 일반적 인식과 거리가 있다. 절개가 작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견관절 관절경은 하지 관절경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수술적·마취과적 위험을 안고 있다. 우선 수술 부위의 특성상 지혈대를 사용할 수 없어 출혈 관리와 시야 확보가 수술자의 경험과 환자의 전신 상태에 크게 좌우된다. 수술 부위가 경부와 흉곽, 상완신경총 및 주요 신경혈관 구조물과 인접해 있고, 해변의자 자세에서는 혈압 변화와 뇌관류 저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여기에 수술 중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관류액은 연부조직 침투(fluid extravasation)를 일으켜 부종, 기도 압박, 신경학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변의자 자세나 측와위 자세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세에 따른 혈역학적 변동이 동반되며, 고령이거나 심폐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그 위험이 한층 커진다. 더욱이 회전근개 파열 환자 대다수가 고령이고 부위마취가 어려워 사실상 전신마취가 표준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견관절 관절경을 일률적으로 저위험 수술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같은 '관절경 수술'이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무릎 관절경과 견관절 관절경의 임상적 성격도 상당히 다르다. 무릎 관절경은 수술 부위가 비교적 말초에 위치하고 지혈대를 사용할 수 있으며, 부위마취로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월상연골 부분절제술이나 단순 활막절제술처럼 비교적 짧고 표준화된 술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반면 견관절 관절경, 특히 회전근개 봉합술은 파열의 크기와 건의 퇴축 정도, 지방변성, 골질, 동반 병변에 따라 술기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대부분 전신마취가 필요하며, 수술 후에도 통증 조절·호흡기 합병증 감시·항혈전제 재개 시점·당뇨와 심혈관계 위험 관리 같은 다층적인 관리가 이어진다. 견관절 관절경에서는 술기의 난이도뿐 아니라 환자의 전신 위험도가 의료자원 소모와 예후를 결정하는 본질적 변수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무릎과 어깨를 같은 '관절경 수술' 범주로 묶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견관절 분야의 실제 위험도는 명백히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동일한 고위험 환자가 슬관절·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복잡수술로 인정되지만 견관절 관절경 회전근개 봉합술을 받으면 일반 수술로 분류되는 현재의 구조는, 적어도 제도 내부의 일관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현행 적합질환자 및 중증도 평가 기준이 정형외과 진료의 실제 위험도와 의료자원 소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은 중증·응급·고난도 진료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을 재편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하였으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암 수술 및 일부 내과계 중증질환 중심으로 적합질환군이 설정되면서, 고령·동반질환·재수술·감염·마취 위험 등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한 정형외과 환자들이 제도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특히 정형외과 수술은 수술명 자체보다 환자의 전신 상태와 동반질환에 따라 수술 전후 관리 부담, 합병증 위험, 재원 기간, 협진 및 중환자실 사용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지만, 현행 기준은 이러한 환자 위험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대책 TF를 구성하여, 정형외과 각 세부 분야에서 실제 중증도와 의료자원 소모를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였다. 그중 견주관절 분야에서는 관절경 수술이 최소침습 수술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경증 수술로 인식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고령 환자에서 많이 시행되고 전신마취가 필요하며, 환자의 기저질환에 따라 수술 전후 관리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임상 데이터로 확인하기 위해 단일기관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질문은 단순했다. “견관절 관절경 수술을 받은 환자 중 고위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실제로 재원일수, 마취시간, 중환자실 입실, 재입원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가.” 만약 같은 관절경 수술에서도 고위험군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확인된다면, 이는 관절경 수술의 중증도 평가에 수술명뿐 아니라 환자 위험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대상은 2013년 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견관절 관절경 수술을 받은 2,191명의 환자였다. 만성 신부전, 장기이식 병력, 관상동맥 폐색성 질환, 조절되지 않는 당뇨(HbA1c > 7.0),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뇌졸중 병력, 심박동기 삽입 등 기존 복잡수술 기준에 해당하는 위험요인 중 한 가지 이상을 가진 환자를 고위험군(high-risk group)으로 정의하였고, 그 비율은 전체의 11.6%(254명)였다. 견관절 관절경 수술을 받는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이미 복잡수술 기준에 부합할 만한 전신 위험요인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관절경 수술이 흔히 저위험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실제 임상에서는 상당수의 환자가 고령 또는 동반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에 속해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분석 결과는 일관되게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고위험군의 평균 재원일수는 6.86일로, 일반군의 5.95일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길었다(p=0.0030). 마취 소요 시간도 142.06분 대 134.46분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p=0.0098), 수술 후 중환자실 입실률도 2.4% 대 0.1%로 고위험군에서 뚜렷하게 높았다. 연령과 성별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고위험군은 재원일수가 유의하게 길었으며, 중환자실 입실 위험도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단순히 환자가 나이가 많아서 나타난 차이가 아니라, 환자의 전신 위험요인 자체가 의료자원 소모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험요인의 누적에 따른 변화다. 위험요인이 0개·1개·2개 이상인 세 군으로 나누어 비교했을 때 재원일수는 각각 5.95일, 6.64일, 9.13일로 늘어났고, 마취시간은 134.46분, 140.95분, 153.22분으로 단계적으로 연장되었다. 중환자실 입실률은 0.10%, 0.87%, 8.70%로, 30일 이내 재입원율은 2.01%, 1.30%, 13.04%로 위험요인이 두 가지 이상 누적된 군에서 재원일수, 마취시간, 중환자실 입실률, 30일 이내 재입원율이 모두 현저히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단일 위험요인의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는 임상적 차이가 발생하지만, 위험요인이 중복될 경우 실질적 중증도와 의료자원 소모가 폭증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뚜렷한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다.
이 결과는 견관절 관절경 수술에서 환자 위험도가 보조적인 참고 변수가 아니라, 실제 진료 강도와 의료자원 소모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특히 위험요인이 두 가지 이상 누적된 환자에서는 동일한 수술 코드 아래에서도 전혀 다른 수준의 수술 전후 관리가 요구된다. 고위험 환자에게는 수술 전 내과 및 마취통증의학과 협진, 항혈전제 조절, 혈당과 심폐기능 평가, 수술 후 합병증 감시, 응급 상황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진료 환경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동일하게 제공되기 어렵다. 따라서 고위험 환자에서 시행되는 견관절 관절경 수술은 단순한 ‘어깨 수술’이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통합적 관리가 필요한 진료 영역으로 이해해야 한다.
본 연구 결과는 관절경 수술의 중증도를 술기의 난이도만으로 판단하는 현행 지불·평가 제도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에게 전신마취하에 시행되는 견관절 관절경 수술은, 외형상 최소침습이라는 분류에 머무를 뿐 임상적으로는 고도의 모니터링과 다학제적 대응이 필수적인 '중증 질환' 치료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적합질환군과 수술료 가산 체계는 여전히 수술명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수술명이 고난도로 분류되어 있으면 중증으로 인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환자가 아무리 고위험이라도 일반 수술로 분류되는 구조다. 건강한 중년 환자의 중소형 회전근개 파열 봉합술과, 80세 고령에 만성 신부전·관상동맥 스텐트·항혈전제 복용·폐쇄성 폐질환이 동반된 대형 파열 봉합술이 같은 수술명 아래 동일하게 평가되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후자의 경우 수술 전 준비부터 마취 관리, 수술 중 혈역학적 조절, 수술 후 합병증 감시, 재활 계획까지 모든 단계가 본질적으로 다른 수술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환자 위험도를 적합질환군 또는 복잡수술 기준에 반영하자는 제안은 단순한 수가 인상 요구가 아니라, 실제 임상 중증도와 의료자원 소모를 제도에 일관되게 반영하자는 위험보정(risk adjustment)의 문제다. 이는 지난 호에서 다룬 가치기반 의료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이미 골절 수술과 인공관절 수술 영역에서는 만성 신부전, 심혈관질환, 항혈전제 복용, 조절되지 않는 당뇨, 폐쇄성 폐질환 등이 합병증 위험과 자원 소모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인정되어 일부 복잡수술 기준에 반영되어 있다. 같은 위험요인이 견관절 관절경 환자에게 존재할 때 이를 배제할 임상적·정책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오히려 전신마취가 필수적이고 고령 환자의 비중이 높으며 수술 자세·관류액 사용에 따른 고유한 위험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견관절 관절경은 환자 위험도 반영의 필요성이 다른 영역보다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본래 취지와도 일치한다. 구조전환의 목표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고위험 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적합질환군 기준은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고위험 견관절 관절경 환자는 단순한 어깨 통증 환자가 아니라 전신마취 위험, 심폐 합병증 위험, 항혈전제 조절, 신장 기능 저하, 뇌혈관질환 병력 등으로 수술 전후 관리가 복잡한 환자다. 이들을 일률적으로 하급 의료기관으로 회송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가 아니라 위험의 전가에 가깝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안할 수 있는 개선 방향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현재 골절 및 인공관절 수술에 적용되는 고위험 환자 기준을 관절경 수술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 견관절 관절경 수술의 적합질환자 또는 복잡수술 기준에는 75세 이상 고령 환자, 만성 신부전 또는 투석 환자, 장기이식 환자, 심혈관 스텐트 삽입 후 항혈전제를 복용 중인 환자, 심근경색 또는 협심증 병력 환자, 조절되지 않는 당뇨 환자, 간경화 환자, 혈액암 또는 응고 이상 환자, 폐쇄성 폐질환 환자, 정맥혈전색전증 병력 환자, 뇌경색 등으로 강한 항혈전제를 복용 중인 환자, 심박동기 삽입 환자, 면역억제 치료 또는 만성 스테로이드 사용 환자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이들 기준은 진단명, 검사 수치, 약물 복용 기록, 시술력, 협진 기록 같은 객관적 자료로 확인 가능하므로 제도화 과정에서도 비교적 명확한 판정이 가능하다.
둘째, 위험요인의 누적 효과를 반영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 중 하나가, 위험요인이 두 가지 이상 누적된 환자에서 재원일수·마취시간·중환자실 입실률·재입원율이 모두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었다. 위험요인의 보유 여부를 묻는 이분법만으로는 이러한 차이를 담아낼 수 없다. 위험요인 1개 이상을 기본 기준으로 하되, 2개 이상 또는 특정 고위험 조합에 대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중증도 보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상급종합병원 분담률만을 근거로 정형외과 중증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형외과 수술은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전문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시행되는 특성이 있어 전체 수술 건수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고위험 환자, 재수술 환자, 감염 환자, 합병증 발생 환자는 자연스럽게 상급종합병원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견관절 관절경 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회전근개 봉합술의 상당수는 병원급에서도 충분히 시행될 수 있지만, 고령·동반질환·항혈전제 복용·마취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수술명 전체의 분담률이 아니라 고위험 환자군에서의 자원 소모와 진료 필요성을 별도로 평가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넷째, 학회 주도의 다기관 레지스트리와 후속 연구가 시급하다. 이번 연구는 단일기관 후향적 분석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갖지만, 관절경 수술에서 환자 위험도가 실제 의료자원 소모와 직결됨을 보여준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견주관절 분야는 수술기록, 영상 자료, 파열 크기, 지방변성, 술식, 재활 경과, 환자보고 결과(PROMs) 등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영역이다. 여기에 고위험 환자 기준, 재원일수, 중환자실 입실, 재입원, 응급실 재내원, 합병증, 의료비 자료를 연계하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중증도 평가 모델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적합질환군 개선뿐 아니라 분석심사,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성공은 중증 환자 비율이라는 숫자를 맞추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목표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기관에서 안전하게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며, 견관절 관절경 수술에서 환자 위험도를 적합질환군에 반영하는 것은 바로 그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현실적이고 타당한 개선 방향이다.
이번 상종구조전환 TF의 파일럿 연구는 견관절 관절경 수술에서도 환자 전신 위험도가 재원일수, 마취시간, 중환자실 입실, 재입원 등 실제 의료자원 소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위험요인이 누적될수록 그 영향이 비선형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은, 향후 적합질환군과 복잡수술 기준의 개정에서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지난 호에서 다룬 가치기반 의료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정교한 위험보정 없이 운영되는 적합질환군 기준은 결국 고위험 환자를 회피하는 행태를 유발하고 의료의 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회와 상종구조전환 TF는 이번 파일럿 연구 결과를 시작점으로 삼아 다기관 코호트 연구와 심평원 빅데이터 분석을 확대해, 정형외과 질환의 임상적 중증도와 사회경제학적 필수의료 가치를 정량화해 나갈 계획이다. 견주관절 분야는 비교적 잘 정의된 임상 변수와 영상 자료, 환자보고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 위험도 기반의 중증도 평가 모델을 가장 먼저 정착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학회 차원의 데이터 축적과 정책 당국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견관절 관절경 수술이 한국형 가치기반 의료와 합리적 적합질환군 기준 설계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