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KSES–ASES Travelling Fellowship은 미시간의 작은 호숫가 도시 Traverse City에서 시작해 Philadelphia, Cleveland, Baltimore, Tampa, San Francisco를 거쳐 San Diego ASES까지 이어지는 긴 일정이었다. 병원마다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고, 수술 스타일도 달랐다. 각 기관은 저마다의 강점과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달 동안 여러 기관을 둘러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었다. 결국 좋은 시스템은 시설이나 장비보다 사람과 문화에서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긴 여정을 함께했던 황정택 교수님 덕분에 훨씬 즐겁고 편안한 travelling fellowship이 되었던 것 같다.
첫 일정은 미시간주의 Traverse City였다. 시카고를 경유해 다시 작은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미국은 정말 넓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 옆의 작은 도시였고, 도시 전체 분위기가 굉장히 평화로웠다.
지금 돌아보면 fellowship의 첫 시작이 Traverse City였던 건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첫 일정이다 보니 긴장도 많이 되었었는데, 비교적 relax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Great Lakes Orthopaedic Center의 Christopher Chuinard 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세심하게 저희를 챙겨주셨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단순히 host surgeon 혼자 visitor를 맞이하는 느낌이 아니라, 지역 surgeon들이 하나의 팀처럼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수술이 끝난 뒤 식사 자리에도 여러 local surgeon들이 자연스럽게 함께했고, 서로 케이스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하는 분위기가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수술은 굉장히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 불필요한 과정이 거의 없었고, 특히 minimal invasive arthroplasty 술기가 기억에 남는다. 빠르지만 전혀 조급하지 않았고, 익숙함에서 나오는 여유 같은 것이 느껴졌다.
두 번째 방문지는 Philadelphia의 Rothman Orthopaedic Institute였다. 첫 번째 일정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규모 자체가 굉장히 컸다.
나중에 ASES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shoulder fellowship alumni 숫자가 미국에서도 가장 많다고 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Faculty 숫자도 많았고, 사용하는 병원도 여러 개였으며 전체 시스템이 굉장히 잘 조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아직도 기억나는 건 수술 시작 시간이다. 첫 환자가 새벽 6시부터 수술방에 들어와 준비를 시작했고, 실제 수술도 7시 이전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High-volume center는 이렇게 돌아가는구나”라는 걸 처음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Joseph Abboud 교수님의 rotator cuff repair 후 subacromial spacer를 추가로 삽입하는 술기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논문이나 학회에서만 보던 술기를 실제로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Faculty meeting에서 저희 연구를 발표하고 discussion했던 시간도 기억에 남는데, 질문들이 굉장히 practical했고 실제 clinical decision making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 번째 기관은 Cleveland Clinic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fellowship 동안 가장 여러 가지로 챙김을 많이 받았던 곳이었다.
병원 규모도 엄청났지만, Cleveland Clinic이라는 이름 자체가 그 지역에서는 하나의 자부심처럼 느껴졌다. 병원 전체가 하나의 도시 같았고, 왜 Cleveland Clinic과 Mayo Clinic이 늘 세계 최고 병원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Academic 분위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침 conference부터 journal club, research meeting까지 모든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fellows들이 SCI(E) 논문을 가지고 토론하는 문화 역시 인상 깊었다.
특히 기억나는 건 수술 중 갑작스럽게 ventricular tachycardia와 bradycardia가 발생했던 순간이다. 정말 몇 초 만에 anesthesia team과 code team이 몰려와 환자를 manage하는 모습을 보며 “좋은 병원은 결국 시스템이 만드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Cleveland에서는 중국과 남미에서 온 travelling fellow 선생님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일요일에는 같이 downtown Cleveland를 돌아다니고, 당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이 한창이던 Guardians 경기까지 보러 갔다. Cleveland Clinic staff 전용 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던 경험도 굉장히 특별했다
돌이켜보면 fellowship의 진짜 재미 중 하나는 이런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수술방 밖에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친해지고, 같이 밥 먹고, 야구를 보고, 서로의 training system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 말이다.
그리고는 Baltimore로 이동을 하였다. Baltimore에서는 Johns Hopkins와 University of Maryland를 방문했다.
두 병원 모두 굉장히 academic한 분위기가 강했다. 저널 컨퍼런스와 discussion 문화가 활발했고, 질문과 토론 자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Johns Hopkins는 병원 전체에 “전통 있는 academic hospital” 특유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Edward McFarland 교수님의 TSA도 기억에 남는다. ROM 확보를 위해 anterior capsule을 release하는 장면을 보며 “저렇게까지 release해도 instability는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이런 부분들이 surgeon마다의 philosophy 차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Uma Srikumaran 교수님은 굉장히 energetic했고, 작은 incision으로 proximal biceps를 찾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난다.
Baltimore에서는 처음으로 렌터카를 빌렸는데, 몇 주째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제 한식 좀 먹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Ellicott City의 한국 마트까지 가서 라면과 김치를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데도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이다.
다섯 번째 일정이었던 Tampa는 개인적으로 이번 fellowship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 야자수,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아 이제 남부에 왔구나”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Mark Frankle 교수님은 도착 첫날 저희를 직접 집으로 초대해주셨다. 교수님과 사모님, fellows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강가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는데, 돌아오는 길 보트에 설치된 karaoke machine으로 다 같이 노래를 부르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Tampa General Hospital은 정말 “인공관절의 성지” 같은 느낌이었다. 수술방 세 개가 거의 모두 shoulder arthroplasty만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primary부터 revision까지 엄청난 volume의 수술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넓은 indication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다양한 complication case를 직접 볼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는데, Frankle 교수님의 한마디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Great surgeons are the ones who manage complications well.”
짧은 말이었지만 굉장히 오래 남는 문장이었다.
동부 일정을 마치고 도착한 San Francisco는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UCSF의 Benjamin Ma 교수님, Sara Edwards 교수님과 함께 Lands End trail을 걸으며 바라본 태평양 풍경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East coast hospital들과는 또 다른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MITO lab에서는 regenerative medicine 관련 translational research를 볼 수 있었고, 중국 fellows가 Airbnb로 초대해 직접 요리를 해주었던 저녁도 기억난다. 해외에서 먹는 집밥은 이상하게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일정은 San Diego에서 열린 ASES Annual Meeting이었다. 한 달 동안 여러 병원에서 만났던 교수님들과 fellows들을 다시 학회장에서 만나게 되니, 어느새 fellowship 전체가 하나의 community처럼 느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Presidential ceremony였다. 역대 회장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현 회장의 퇴임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굉장히 전통적이고 honor스럽게 느껴졌다. 미국 academic society 특유의 문화와 전통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한 달 동안 미국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수술을 보고,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고, 야구를 보고,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라면 하나에 행복해하기도 했다.
돌아와 생각해보면 이번 fellowship은 단순히 최신 술기와 지식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미국의 여러 병원들이 가진 문화와 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해주신 대한견주관절학회와 ASES, 그리고 각 institution의 교수님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긴 여정을 함께하며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황정택 교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