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 이우용
2018년 8월 11일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개정안이 시행되었는데, 이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기존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과 비교하였을 때 보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더욱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은 한국형 입원환자분류체계(KDRG)를 기반으로 이루어 지고 있고, 이러한 KDRG는 점차 포괄수가제로 이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체계의 현실에서 향후 수가 정립에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개정된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과 KDRG및 중증도 분류체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와 같이 2017년 개정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은 전문진료 질병군의 환자 비율이 기존의 17%에서 21%로 강화되었고 2019년 논의된 지정 기준은 전문진료질병군은 30%이상, 단순진료질병군은 14%이하로 유지하는 것으로 더욱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질병군은 KDRG에 기반을 둔 중증도 분류이며, KDRG는 2018년 1월에 version 4.2로 개정되어,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활용되었으며, 2020년 1월에 version 4.3까지 개발되었다.
이러한KDRG와 중증도 분류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점차 포괄수가제로 이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체계의 현실에서 향후 포괄수가 정립에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포괄수가제의 도입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꾸준히 전면적인 포괄수가제로 진행되어가는 현실이며, 최근 개정된 KDRG는 주진단명을 기반으로 세부 DRG가 결정되게 된다. 정형외과 영역의 대부분 주진단명은 MDC 08인 Diseases and Disorders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 and Connective Tissue와 MDC 21-1인 Multiple Trauma에 속하게 되며, 이중 MDC-08의 전문/일반/단순진료질병군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위에서 언급한 질병군에서 보이듯이 관절경 검사는 일반진료질병군인데 반해 관절경을 이용한 회전근 개 수술과 관절와순 수술은 단순진료질병군이며, 주요연조직수술이 일반진료질병군인데 반해 대표적인 연조직 중 하나인 회전근 개의 수술이 단순진료질병군이다. 또한, 반달연골수술과 체내고정장치 제거술은 일반진료질병군인데 반해 회전근 개/관절와순 수술은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명시되어 있다. 즉, meniscectomy와 foreign body removal (implant/metal removal) 수술이 rotator cuff/labral repair보다 중증도가 높은 수술로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분류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을 종별로 나누어 종별에 따른 환자의 분포를 분석하여 질병군의 중증도를 나누고 있는 잘못된 분류 방법에 있다. 즉, 병원 또는 의원에서 수술을 많이 하고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적게 하면 수술의 난이도 또는 환자의 전신 상태와는 상관없이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견관절 관절경 수술 수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의료 현실에서 이러한 잘못된 분류체계로 인해 회전근 개/관절와순 수술이 단순진료질병군으로 치부되고 견관절 수술이 단지 쉽고 간단한 비침습적인 수술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각인되게 되면, 향후 수가정책에서도 나아가 미래의 포괄수가정책에서도 정당하고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대학병원 또는 종합병원 근무 여부를 떠나 향후 견주관절학을 전공하고 있는 또는 전공할 모든 선생님들의 문제가 될 것이며, 견관절 수술의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또한, 기타 슬관절 수술은 일반진료질병군인데 반해 기타 견부 수술은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러한 부당한 분류체계는 정형외과의 세부분과 중 어떤 분과가 우월하다는 인식을 부추기며, 이러한 인식체계와 분류체계가 지속되면, 앞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견관절 수술이 슬관절 수술보다 쉽고 간단한 수술이며, 슬관절이 견관절보다 중요한 관절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고정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의료 기술과 의학적 지식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발전하기 때문에, 기존의 지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여, 환자의 치료 방향이 변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슬관절의 반달연골 파열에 대한 경우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이용하여 분석하여 보면, 과거에는 반달연골 파열이 되었을 때 절제술을 시행하여 제거하는 것이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여 병/의원에서 주로 시행하였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기계적인 증상 (mechanical symptom)을 호소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변화되어 반달연골 절제술의 빈도는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의학적 지식의 변화가 의료 현장의 변화를 도출하는 것은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N0821 (반달연골절제술, 내측 또는 외측)의 수술 건수의 추세를 확인하면, 2016년부터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하지만, 회전근 개 파열은 과거와 달리 현재의 의학적 지식에 따라 봉합하지 않으면 진행하며, 긴 시간 방치하였을 경우 회전근 개 파열병증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학적 지식의 변화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역시 확인할 수 있다. 회전근 개 봉합술 (N0936, N0937, N0938)은 2014-15년부터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3, 4). 즉, 의료기관의 종별에 관계없이 회전근 개 파열 환자가 내원한다면, 반달연골절제술과는 다르게 봉합술을 설명하고 시행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 방향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가 마지막 단계의 방문하는 상급종합병원보다, 1차적으로 방문하는 병/의원에서의 회전근 개 봉합술 빈도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러한 의학적 지식의 변화로 인해 반달연골절제술이 줄고 이에 따라 병/의원의 수술이 줄었다는 이유로 반달연골절제술의 중증도는 일반진료질병군이며, 회전근 개 봉합술이 늘고 이에 따라 병/의원의 수술이 늘었다는 이유로 회전근 개 봉합술의 수술은 단순진료질병군이라는 논리는 잘못되었고, 현재의 의료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반달연골 절제술은 전문/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하고, 회전근 개 봉합술은 단순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한 현재의 분류체계는 의학적 지식의 발전에 따른 환자의 치료 방향의 변화를 고려한 체계가 아닌 심각한 오류를 가진 체계로 판단된다.
최근 이러한 부적절한 KDRG와 중증도 분류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서 견관절 관절경 수술을 못하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으며, 1, 2 차 병원에서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긴 환자를 상급종합병원에 전원을 보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정형외과 질병 중 하나인 회전근 개 질환에 대해 교육과 수련을 못하게 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1, 2차 병원에서 진료할 많은 정형외과 선생님들이 견관절에 대한 적절한 수련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선에 나아가 진료 및 수술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견주관절학을 전공하는 모든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는 단지 병원의 수입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퇴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현재도 많은 문제점과 오류가 있는 KDRG와 중증도 분류체계는 수정되지 않고 점점 강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점차 포괄수가제로 이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체계의 현실에서 이러한 잘못된 분류체계는 단순히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문제 또는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과 수련의 문제, 나아가 견관절 수술의 존폐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정형외과, 특히 견주관절학을 전공하는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며, 그와 함께 분류체계의 수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