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전영대
2025년 9월 3일부터 5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SICOT(International Society of Orthopaedic Surgery and Traumatology) 학술대회에 참석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형외과 의사들이 모여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고, 저에게도 여러 의미 있는 경험을 남긴 학회였습니다. 특히 국제 무대에서 국내 연구가 좋은 평가를 받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면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회 전날인 9월 2일 도착해 5일에 바로 출국하는 빠듯한 일정이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김수철 교수님과 함께 인천을 출발해 저녁 무렵 마드리드에 도착했고, 먼저 마드리드에 도착해 있던 중앙대병원 김효준 교수님과 함께 현지식 해산물 요리로 간단히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긴 이동 끝에 마주한 스페인 특유의 시원한 저녁 바람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학회 참석의 시작을 편안하게 열어주었습니다.
학회장에서의 경험
이번 학회에서 인상 깊었던 발표는 캐나다 Sukhdeep Dulai 교수의 “AI-assisted Population Screening for DDH” 강의였습니다. 초음파 영상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DDH 진단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으며, 최근 어깨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예측 모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저로서는 더욱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향후 제 연구에도 새로운 방향을 고민해 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회장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오주한 교수님, 이대목동병원 권지은 교수님과 만나 김수철, 김효준 교수님과 함께 일정을 이어 나갔습니다. 저녁에는 다섯 명이서 플라멩코 공연을 관람했는데, 춤과 노래, 기타가 어우러지는 강렬한 공연은 그 자체로 스페인의 에너지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Deessa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20시 15분에 시작한 코스 요리가 자정까지 이어졌는데,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긋한 식사 문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주한 교수님께서 준비해 주신 와인 덕분에 더욱 즐거운 자리였고, 마지막에는 셰프님과 함께 사진도 남겼습니다.

세고비아 & 톨레도 방문
9월 4일에는 김수철, 김효준 교수님과 함께 세고비아·톨레도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세고비아의 알카사르 궁전은 ‘백설공주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알려진 장소답게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이어 본 로마 시대의 수도교는 도시의 역사적 깊이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톨레도에서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대성당 내부의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는 오랫동안 머무르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학회 갈라디너를 마치고 돌아오신 오주한 교수님과 다시 만나 김효준 교수님 방에서 맥주 파티를 하며 마드리드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오주한 교수님이 평소 좋아하시는 사리곰탕 컵라면을 준비해온 김수철 교수님의 센스에 감탄하며 학회 마지막 저녁을 즐겼습니다. 스승님이신 오주한 교수님은 평소 엄격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시지만, 이날만큼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 맥주 파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전임의 시절 일본 학회에서 오주한 교수님의 호텔 룸에서 맥주 파티를 가진 이후, 6년 만에 해외 학회 호텔 룸에서 다시 교수님과 함께한 자리여서 더욱 반가운 시간이었습니다.


포스터 발표 및 수상
9월 5일, 마지막 날은 오전 일찍 레알 마드리드 경기장(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을 둘러보고 아들이 좋아하는 벨링엄 선수의 유니폼을 구입했습니다. 조만간 아빠가 되는 김효준 교수는 태어날 아기와 함께 입을 세 가족의 유니폼을 구입하였는데, 옷을 고르는 아빠 미소에 제 마음이 다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날 학회에서는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학회에서 “Effect of Parathyroid Hormone on Microarchitecture and Biomechanical Properties of the Bone-to-Suture Anchor Interface in a Rabbit Model of Disuse Osteoporosis”라는 주제로 연구를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회전근개 봉합술에서 빈번히 문제가 되는 suture anchor pullout을, 부갑상선호르몬(rhPTH, teriparatide)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가 좋은 평가를 받아 이번 학회에서 SICOT Best Poster Award를 수상했습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한국이 회전근개 연구 및 골대사 기반의 정형외과 기초연구 분야에서도 국제적 선도 위치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전인호 교수님께서 “올해 수상자 중 유일한 한국인”임을 알려주셔서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큰 상을 수상할 수 있게 지도해 주신 오주한 교수님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SICOT 마드리드 참관은 학문·여행·인간관계가 모두 어우러진 풍성한 경험이었습니다. 학회 속에서 세계 정형외과 분야의 흐름을 확인하고, 동시에 선후배·동료 교수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았습니다. 또한 마드리드와 주변 도시들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평소 바쁜 대학병원 생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여유와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드리드의 햇빛 아래에서, 세고비아와 톨레도의 돌길 위에서, 그리고 학회장에서 만난 전 세계 연구자들 속에서, 정형외과 의사로서 걸어가는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의 연구를 소개하고 인정받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1월에 아빠가 되는 김효준 교수님께 건강한 출산과 새로운 시작-아빠의 길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