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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오주환 / 편집인: 조남수, 김정연 / 발행처: 사단법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 홍보위원회 / 후원 : 사단법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 발행인: 오주환 / 편집인: 조남수, 김정연 / 발행처: 사단법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 홍보위원회 / 후원 : 사단법인 대한견·주관절의학회

규제혁신이 만들어 낸 디지털 치료기기



웰트(주) 대표이사 강 성 지


임상시험이란 식약처와 제조사가 제조할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약속된 방법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영화를 저장하던 비디오테이프가 넷플릭스로 바뀌었듯, 임상시험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비디오 가게 주인은 여전히 한 명인데 영화의 제작 편수도 많아지고 비디오를 빌려 가는 사람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 상황이다. 디지털 의료제품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임상 데이터를 더 빠르고 유연하게 검증하려면 규제도 디지털이 되어야 한다.

검증하고자 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나왔을 때, 제조사는 먼저 동물에게 테스트해 보고 사람에게도 확인해 보고, 출시하더라도 혹여 발견되지 못한 문제가 있을지 몰라 사후에도 감시한다.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의료제품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허가 리스트에 자리 잡았다. 아마 페니실린 정도를 개발하던 시절에는 이 과정이 매우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다. 후보 기술을 찾기도 쉽고, 환자 모집이나 효과 판정도 쉬운 제품군이 널려 있었을 테니 제조사들은 각자의 영역을 찾아 깃발 꽂기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과거 제약시장의 태동기와 같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여 건강관리 목적으로 쓰인 지는 20~30년이 흘렀지만, 이를 식약처가 제도로 만들어 발표한 지는 채 5년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치료기기의 원천 기술은 무엇일까? 이미 시장에 출시된 건강관리 목적의 소프트웨어나 치료자에 의해 수행되는 판독, 상담, 교육 프로그램 등을 꼽을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특성상, 사람의 힘이 필요한 영상판독, 병리 판독, 정신질환이나 생활습관병 교육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비중이 높다.

국가별로 보았을 땐 주로 의료 선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제도가 만들어짐과 동시에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16년 미국의 ‘21st Century Cures Act’ 제정을 기점으로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한 임상시험과 허가 개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2019년 뒤늦게 출발한 독일이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고려한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미국의 기세를 빠르게 따라잡는다. 독일의 제도는 사전 검증의 문턱을 낮추어 시장에 진입시키고, 제품의 비용을 국가 보험으로 전액 부담함으로써 실사용 데이터를 요구하며 효과가 없을 시 급여 목록에서 퇴출시킨다. 잠재적 위험이 낮고 업데이트를 통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다루는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나라 또한 2018년 인공지능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2020년 디지털 치료기기 가이드라인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200개 이상의 디지털 의료제품을 허가하였다.

양적인 성장과 함께 이제는 빠르게 발전하는 제품을 관리하며 질적 성장을 끌어낼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해졌다. 방대한 양의 실시간 데이터를 학습하며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제품들을 기존처럼 사람이 일일이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방법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일부 사용자를 선별하여 베타 버전을 배포하고, A 그룹(기존 유저)과 B 그룹(베타 버전) 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 전체 사용자에게 업데이트한다. 그렇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임상시험의 구조와 같다. 다만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그 주기가 매우 빈번할 뿐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모든 과정을 감시할 수 없기에 정부는 개별 제조사들의 권한을 존중하되 개인정보 유출이나 소프트웨어 설계 및 운영에 대한 권고사항 정도로만 개입한다. 그 외 더 자세한 부분은 애플이나 구글같이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의 권한과 지침 아래에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앱이 처음 등재될 때는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방식으로 꼼꼼히 살펴보지만,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부분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이전 버전과의 차이를 빠르게 분석하고 대부분 약식으로 통과시킨 뒤 필요할 때 사후적으로 검토한다.

앞으로의 시대 및 제품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식약처가 디지털 치료기기를 바라보는 방식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제조사의 인간지능이 개발한 제품을 식약처의 인간지능이 관리하였다면, 앞으로 등장한 인공지능 의료제품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관리하는 게 맞다. 당장은 단순한 서류분석 작업이나 민원 처리부터 시작하겠지만 제품이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업데이트하는 흐름에 맞춰, 규제기관도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를 넓혀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인공지능이 디지털 치료기기에 적용된다면, 질적 성장을 통해 달성할 성과는 무궁무진하다.

가장 먼저 기대할 효과는 의료비용의 절감이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이 보여준 비용 절감의 효과를 의료 분야에서도 달성할 것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비용을 과하게 지출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의료제품은 낮은 한계 비용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쉽게 진단 및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 맞춤형 의료의 구현이다. 지금까지의 의료는 통계에 기반한 표준치료를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모든 사람을 표준이라는 틀에 똑같이 넣어 치료한다는 발상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개인에 맞춘 진료를 할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그러한 비용이 비약적으로 낮아짐으로써 환자 한 명 한 명의 특징을 살펴 치료를 최적화 해줄 수 있다. 마치 오프라인 매장은 잘 팔릴 상품을 진열하고 모든 주민에게 쿠폰을 뿌리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개인의 구매 성향을 기반으로 필요한 물건을 추천하고 할인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마지막 기대는 의학의 발전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한 의학은 2달에 한 번 병원에 찾아온 환자를 3분 동안 진료하고 관찰하여 만든 표준지식이다. 디지털 치료기기와 그 기술은 그 자체로서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24시간 붙어있는 시스템이자 인공지능 의사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질병 자체를 좀 더 높은 해상도로 관찰하여 분석하면 우리가 모르던 미지의 의학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 예고와 같은 다양한 예측 모델을 만들고, 섬세한 약물의 사용과 모니터링, 나아가 새로운 약제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의학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역공학적 접근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인간이 볼 수 없던 것을 보여주고, 인공지능의 활용은 분석해 내지 못했던 진실을 발견할 기회로 안내할 것이다. 의사가 운전대를 잡고 환자를 치료 여정으로 이끌 때, 제약회사가 힘들게 뚫어낸 터널로 통행료를 내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웬만한 도로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라면 내비게이션을 켜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도로에는 있지만 아직 의학에는 없는 그 내비게이션이 바로 디지털 치료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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